술/위스키

[싱글몰트]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3번 배치(Glenallachie 10-year-old Cask Strength, Batch 3)

시나몬롤맨 2023. 2. 1. 18:00

글렌알라키 10 배치 3


우리나라에 현재진행형인 글렌알라키 광풍을 몰고 온 글렌알라키 10 CS 시리즈입니다. 이번 리뷰는 그 중 3번 배치인데, 1번과 2번 배치에 비해서는 평가가 좀 떨어지는 편이라 그런지 2020년 당시에는 이름값에 비해 굉장히 쉽게 구매했어요. 남대문 상가 가니까 그냥 있더라고요. 그 당시 구매가는 11 언저리?로 기억해요.

글렌알라키가 화제의 중심에 선 데에는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빌리 워커 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무래도 큰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무려 1972년에 위스키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발렌타인과 ‘번 스튜어트’ 증류소(현재 딘스턴, 부나하벤 등을 운영)를 거친 후 벤리악-글렌드로낙-글렌글라사를 운영하던 시기가 아마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해진 시기겠네요.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글렌드로낙 제품을 구매할 때 ‘레이첼이냐? 빌리워커냐?’를 따지는 걸 보면 그만큼 빌리 워커 옹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 글렌드로낙 마스터 블렌더, 레이첼 베리 버전 글렌드로낙 18

 

아무튼, 빌리 워커는 글렌드로낙을 2016년에 팔아치운 후 2017년에 글렌알라키를 인수합니다. 글렌알라키는 1960년대에 설립되고, 자체 제품 없이 페르노리카(현재 발렌타인과 로얄 살루트 만드는 회사)에 블렌디드 위스키용 원액만 공급하던 증류소였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 전보다 훨씬 빡센 품질관리와 생산량 감축을 거쳐 싱글 몰트 제품을 출시하는데, 이게 빌리 워커의 명성을 등에 업고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집니다.


  최근 들어 글렌알라키가 빌리워커 이름빨이고 너무 비싸졌다는 의견도 주변에서 조금 들었는데, 다른 위스키들의 가격도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뭐 그러려니 하네요. 애초에 알라키의 10년 cs 제품들이 이렇게 유명해진 것도 ‘이 가격에 이런 맛이?!’라는 이유가 큰 것 같아서요.


잡설이 길었는데 본격적인 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퍼스트필 셰리 통에 10년 숙성했고, 도수는 58.2%로 CS 치고도 좀 높은 편입니다. 리필이 아닌 퍼스트필에 10년 숙성이라, 글로만 봐도 진한 셰리 향이 느껴질 법한 스펙이군요. 또, 글로 보면 아벨라워 아부나흐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네요. 아부나흐는 워낙 나온 제품이 많고 캐스크마다 들쭉날쭉이 좀 심해서 일대일 비교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글로 보면서나 마시면서나 자꾸 떠올랐어요.   그리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과 향이 진하고 풍부한 게 마음에 들었어요. 가격도 그닥 많이 오르지 않아서 가성비도 좋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즘 15-16 정도가 적정가인 것 같은데, 드로낙 12의 최근 가격이 11-12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괜찮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5만원 내외로 좋은 위스키들이 많아서 이게 베스트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진한 셰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정보


분류: 싱글 몰트 위스키
지역: 스페이사이드, 스코틀랜드
숙성 캐스크: 퍼스트 필 PX, 올로로소 셰리
58.2%/색소 미첨가/칠 필터링 X

테이스팅 노트


향: 병을 따고 얼마간 그대로 둬야 한다. 처음에는 뭔가 닫혀 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크 초콜릿 향이 굉장히 강해진다. 건포도, 흑후추, 오렌지 껍질, 살구, 시나몬, 잡화꿀. 높은 도수는 코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잘, 오래 숙성된 토니 포트가 연상된다. 셰리를 마셔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맛: 매우 강렬하지만 달콤하다. 알코올의 매콤함이 입에서는 확실히 강하다. 여전히 다크 초콜릿 향이 강하다. 무화과, 살구, 건포도, 아몬드, 바닐라, 오렌지, 오크. 물을 약간 더하면 대추야자, 캐러멜과 더불어 견과류의 기름과 감칠맛이 올라온다.

여운: 긴 편. 다크 초콜릿의 씁쓸함, 소금 들어간 캐러멜, 건포도, 셰리 특유의 구린내(?).
(2020년 8월에 작성한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평점: 3.5/5

한줄평: 셰리 좋아하면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