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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샴페인의 당도에 관한 잡설과 로랑 페리에 하모니 드미섹(Laurent Perrier Harmony Demi Sec)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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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샴페인의 당도에 관한 잡설과 로랑 페리에 하모니 드미섹(Laurent Perrier Harmony Demi Sec)

시나몬롤맨 2023. 2. 2. 00:56

 

로랑 페리에 하모니 드미섹

그랑 시에클Grand Sieckle로 유명한 로랑페리에의 엔트리 제품이고, 그 중에서도 당도가 꽤 높은 드미섹입니다.

당도에 관한 잡설

‘로랑 페리에 하모니’부분을 이야기하기 전에 ‘드미섹’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통념과 다르게 샴페인에는 거의 반드시 설탕이 들어가요. 사실 샴페인을 만들 때는 일반적으로 몇 단계에 걸쳐 설탕이 첨가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구글에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기서 다룰 건 발효 후에 생긴 찌꺼기를 제거한 후(Degorgement 후) 첨가하는 설탕에 대한 이야기에요.

설탕을 넣는 건 편법이 아닌 매우 유서 깊은 방법인데, 단순히 샴페인에 설탕을 때려넣는 게 아니라 설탕을 와인에 녹여서 그 용액을 샴페인에 첨가한다고 합니다. 이 설탕-와인 용액은 ‘Liqueur de Dosage’, 혹은 그냥 ‘Dosage’, ‘도사주’라고 불러요. 사실 그도 그런 게, 탄산음료에 뭔가 가루를 넣으려는 시도를 해 보신 분들은 이해할 거에요. 그냥 가루를 탄산음료에 냅다 들이부으면 멘토스를 넣은 것마냥 화산 폭발을 일으켜요. 저는 예전에 탄산수에 아이스티를 타려는 시도를 하다 그런 대참사를 겪어 봤는데, 여러분은 여기서 하면 안 될 행동 하나 배워가세요.

리빙 포인트)탄산음료에 가루를 넣지 말자.

샴페인+분말 설탕의 상상도.


아무튼. 여기서 와이너리들은 설탕을 얼마나 첨가할지, 어떤 와인에 설탕을 녹일지에 매우 심혈을 기울인다고 해요. 당 함량이 매우 적고, 설탕이 따로 첨가되지 않은 샴페인에는 특별히 ‘브뤼 나투르(Brut Nature)’라는 이름이 붙습니다(출처: 프랑스 정부 산하 샹파뉴 협회).

일반적으로 샴페인의 원액은 매우 드라이하므로, 즉 단맛이 매우 적으므로 샴페인의 당도는 설탕을 얼마나 첨가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당도는 몇 단계로 나뉘는데,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한 샹파뉴 협회에서 언급한 기준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당 함량 명칭
<3g/L, Dosage 미첨가 Brut nature
-12g/L Brut
12-17g/L Extra sec(Extra dry)
17-32g/L Sec(dry)
32-50g/L Demi sec(half dry)
>50g/L Doux(sweet)



보면 아시겠지만, 이름만 보면 가장 드라이할 것 같은 'Extra dry'가 사실 'Brut'보다 달아요. 지금 보면 요상한 이런 명칭 체계가 정착한 이유를 찾으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데, 과거에는 (지금 기준으로)당도가 높은 샴페인을 선호했다고 해요. 그래서 옛날 기준으로는 지금의 ‘Sec’에 해당하는 샴페인이 가장 당도가 낮았어요. 그러다가 사람들의 입맛이 변화하면서 당도가 더 낮은 샴페인에 대한 수요가 늘자 샴페인 와이너리들은 새로운 용어를 찾았는데, 이게 바로 ‘Raw’, 즉 ‘날 것 그대로’라는 의미를 가진 ‘Brut’, ‘브뤼’입니다.

표의 당 함량을 보면서 눈치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맛을 느끼지 못하고 마시는 브뤼 샴페인들도 사실은 대부분 설탕이 첨가된 아이들이에요.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샴페인의 매우 높은 산도입니다. 그럼 설탕을 뭐하러 첨가하냐?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죠. 그래서 저도 궁금해서 더 찾아보니, 설탕을 첨가하면 좀 더 부드럽고 ‘둥근’ 맛이 난다고 하네요. 샴페인의 쨍한 산미를 좀 죽여 준다고요.

그럼에도, 지금은 워낙 당도 낮은 샴페인을, 브뤼보다도 더 드라이한 샴페인을 선호하는 기조가 세계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당도 낮은 샴페인에 붙는 명칭으로 ‘Extra brut’, ‘Brut zero’, ‘Ultra brut’ 등등 여러 가지가 난립하고 있는데, 일단 협회에서 제시하는 용어는 ‘Brut nature’입니다.

와인 이야기

이제야 ‘로랑 페리에’쪽 이야기입니다. 로랑 페리에는 1812년 설립된 후 몇몇 인물의 손을 거쳐 현재의 ‘노낭쿠르’ 가문의 소유 아래에 있어요. 개인 소유 와이너리 치고는 굉장히 특이하게 주식이 상장되어 있는데, LVMH(루이비통, 모엣&샹동, 헤네시 등 소유)나 페르노리카(멈, 페리에 주에, 발렌타인 등 소유)와 같은 거대기업들이야 그렇다 쳐도 독립 와이너리가 상장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처음 본 것 같아요. 오늘(2023년 2월 2일) 기준 시가총액이 무려 7.34억 유로, 한화로 거의 1조에 육박하네요. 근데 지분의 57%가 주인 가문 소유래요. 어마어마하군요.

LVMH의 'M'을 맡고 있는 모엣&amp;amp;amp;amp;샹동. LVMH의 시가총액은 약 494조 원입니다.

와인 이야기를 좀 합시다. 평소에 먹던 드라이한 샴페인들보다는 많이 달아요. 확실히 드미섹에 걸맞은 당도입니다. 포도는 전형적인 샴페인 트리오고, 모난 곳 없이 무난한 맛이에요. 근데 저는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무난한 맛을 썩 좋게 평가하지 않아요. 흠잡을 것이 없지만, 반대로 장점이라고 할 만한 것도 잘 없어서요. 여기도 딱 작은 육각형 느낌. 이 와인의 가치라면 드라이 샴페인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샴페인 시장에서 달고, 구하기 쉽고, 가격도 ‘그나마’ 싼 몇 안되는 샴페인들 중 하나라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싸 봤자 최저 7-8만 원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딴 소리는 엄청 길었는데, 정작 본편은 부실하네요. 아무래도 로랑 페리에의 진가는 다른 샴페인 하우스들이 그렇듯 고가 제품으로 가야 나오겠죠?

정보

 

12%
포도: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지역: 샹파뉴, 프랑스
빈티지: NV

테이스팅 노트


향: 에멘탈 치즈, 이스트, 청사과, 살구, 밀짚, 레몬 껍질, 호두.

맛: 중간 산도, 당도가 꽤 높다. 청사과, 레몬 껍질, 아카시아 꿀, 마카다미아, 살구, 갓 구운 빵, 바나나, 멜론.
(2020년 9월에 작성한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평점: 2.5/5

한줄평: 달고 가격 적당한 샴페인을 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