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술/위스키 (8)
맛있는게 좋아

글렌모렌지 시그넷 글렌모렌지의 자존심인 시그넷입니다. 적당한 고가, 예쁜 병, 호불호 갈리지 않는 맛으로 본인이 마실 용도로도, 선물용으로도 모두 사랑받는 녀석이에요. 이 위스키의 특별한 점은 맥아에 있습니다. 맥아 이야기를 하려면 위스키를 생산하는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야 하겠네요. 위스키는 크게 ‘싹 틔워서 분쇄하기 – 발효 – 증류 – 숙성 – 병입’의 다섯 단계를 거쳐 생산되는데,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싹 틔워서 분쇄하기’에 있어요. 맥아는 우리 말로 ‘엿기름’이고, 한자를 풀어보면 麥(보리 맥)+芽(싹 아), 말 그대로 싹 튼 보리에요.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보리를 직접 재배하거나 사와서 맥아로 만드는데, 그 이유는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를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글렌알라키 10 배치 3 우리나라에 현재진행형인 글렌알라키 광풍을 몰고 온 글렌알라키 10 CS 시리즈입니다. 이번 리뷰는 그 중 3번 배치인데, 1번과 2번 배치에 비해서는 평가가 좀 떨어지는 편이라 그런지 2020년 당시에는 이름값에 비해 굉장히 쉽게 구매했어요. 남대문 상가 가니까 그냥 있더라고요. 그 당시 구매가는 11 언저리?로 기억해요. 글렌알라키가 화제의 중심에 선 데에는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빌리 워커 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무래도 큰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무려 1972년에 위스키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발렌타인과 ‘번 스튜어트’ 증류소(현재 딘스턴, 부나하벤 등을 운영)를 거친 후 벤리악-글렌드로낙-글렌글라사를 운영하던 시기가 아마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해..

아드벡 우가달 제가 가장 사랑하는 위스키 중 하나인 아드벡 우가달입니다. 스펠링이 난해한데, 저런 식으로 위스키 이름에 많이 들어가는 스코틀랜드 게일어는 스펠링으로 발음을 유추하기가 힘들어요. 발음을 모르겠으면 유튜브에 xxx review(ex. ardbeg uigeadail review)를 검색한 뒤 리뷰어들이 발음하는 것을 들어 보면 됩니다. 아일라 위스키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웃 라프로익이나 라가불린보다는 아드벡을 훨씬 선호하는데, 그 아드벡의 코어 라인 중에서도 이 친구를 가장 좋아합니다. 셰리와 피트의 조화를 정말 잘 이끌어 낸 위스키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드벡은 피트도 피트인데 스모키함이 강한 쪽이라, 그 스모키함과 결합해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게 아닌가 싶네요. 비슷한 가격대에 이 조화를 성공적..

글렌드로낙 캐스크 스트렝스 7번 배치 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글렌드로낙 증류소의 CS 제품입니다. 셰리 위스키로는 맥켈란보다도 글렌드로낙을 선호하는 편이라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고 마셨으나, 이놈만큼은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자극이 너무 심해 제대로 맛을 느끼기가 힘들더군요. 도수가 더 높게 나온 글렌알라키 10년 CS보다도 자극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숙성을 좀 더 하고 나왔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마치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하는 아이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걸 아니까 더 아쉬운 느낌. 정보 분류: 싱글 몰트 위스키 지역: 스페이사이드(Speyside), 스코틀랜드 숙성 캐스크: 올로로소/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캐스크 57.9%/색소 미첨가/칠 필터링 X 테이스팅 노..

하이랜드 파크 12년 하이랜드 파크 12 신형입니다. 술집 메뉴판에는 종종 아일라 위스키로 오기되어 있는데, 아일라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최북단 아일랜드(영국 옆동네 Ireland 아님) 지역의 오크니 제도에서 온 친구입니다. 피트 향이 있기는 한데 마셔보면 아일라 위스키의 그것과는 결이 상당히 다름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아일라의 피트(ex. 라프로익)가 야생마라면 하이랜드 파크의 피트는 잘 길들여진 종마와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반-피트파도 그런대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입니다. 다만, 이 위스키도 너무 육각형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피트도 무난, 다른 향과 맛도 무난하다 보니 개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에요. 얘도 블렌디드 같다는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정보 분류: 싱글 몰트 위스키 지역: 오..

발베니 12년 트리플 캐스크 발베니 12년 하면 보통 더블우드가 가장 인지도 높고 인기가 많은데, 이 트리플 캐스크는 주로 면세점에서 보이는 버전입니다. 2019년엔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1L짜리 약 8만5천 원 정도 주고 구매했던 것 같네요. 지금 보면 굉장히 싼데, 이 당시에는 더블우드 700mL도 소매가로 8만 원 아래로 구매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구하기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더블우드가 괜찮은 위스키라 이 버전도 기대를 했었습니다. 근데 기대에는 딱히 미치지 못했어요. 그냥 그랬습니다. 맛없는 건 아니지만, 무난하기만 한 블렌디드 위스키 느낌. 저는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게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가격 생각하면 또 괜찮기는 하지만요. 정보 분류: 싱글 몰트 위스키 지역: 스페..

조니워커 블랙 라벨 제 인생 첫 위스키였던 블랙 라벨입니다. 소위 '양주'라 부르는 것을 이 블랙 라벨을 통해 처음으로 경험해 봤어요. 그 때가 제가 스무 살일 때였으니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그만큼 저에게는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술입니다. 지금도 저는 위스키 입문용으로 이 블랙 라벨을 권하는 편입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구하기도 매우 쉽고, 위스키가 갖추어야 할 맛을 두루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위스키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면 탄산수나 콜라 등에 간단히 섞어먹는 식으로 처리하기도 편하고요. 확실히 블렌디드 위스키의 정석 느낌입니다. 튀는 구석 없는 육각형 스탯. 정보 분류: 블렌디드 위스키 구성 원액: 카듀(Cardhu), 라가불린(Lagavulin), 탈리스커(Ta..

부나하벤 12년 아일라 위스키 중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녀석입니다. 아일라 위스키 하면 강렬한 피트(peat, 이탄) 향이 생각나는데, 부나하벤 12에서는 피트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위스키의 피트 향은 거의 민초 vs 반민초 수준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데, 얘는 반-피트 파에서도 지지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일라 위스키인 것 같네요. 바다 향이 첨가된 단짠이 매력적인 친구입니다. (tmi: 저는 친-피트 진영에 가깝습니다.) 원래는 가격이 엔트리급 치고 조금 비싼 편이었는데, 올해 들어 술값이 전체적으로 폭등하면서 부나하벤 12의 가성비가 꽤 좋아졌어요. 20년 여름에 이 위스키를 8만 원 초중반에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싸게 사면 9만 원 초반 정도에 구할 수 있습니다..